Before going in

<들어가기 전에>

김규원 개인전

10/12/2026 ~ 10/18/2026

초-현실 앞에서

민승기 (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)


초-현실은 단순히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현실화될 수 없는 잉여로 존

재한다. 현실은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합이 아니다. 현실 속에서 현실로 환원될

수 없는 것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. 현실화할 수 없는 나머지들은 현실 너머를 재현

하기보다는 현실의 한가운데에 나 있는 구멍 또는 틈을 지시한다. 현실은 늘 현실

‘이상’으로 존재하며 스스로와 일치하지 않는다. 자신과도 다른 형태로만 존재할 수

있는 현실은 보편성과 특수성으로 개념화될 수 없다. 우리는 특수한 현실들을 모아

보편적 현실을 구성할 수 없다. 부분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부

분도 전체도 아닌 파편들이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현실‘들’만이 존재한다.


김규원은 현실도 초현실도 아닌 초-현실을 지시하고자 한다. 현실 자체가 하나의

전체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의 적확한 묘사나 현실 너머의 이상적 세계가 문

제되지 않는다. 초-현실은 현실을 결핍시키는 구멍이나 틈으로 또는 현실을 현실 이

상으로 만드는 잉여로 드러난다. 작품들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은 안과 밖의

구분을 통해 안의 내면성이나 정합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. 오히려 문은 닫힘과 열림

의 동시성을 통해 구분의 불가능성만을 지시하고 있다(<좋은 세계>). 커튼 역시 커튼

뒤의 본질이나 실체를 전제하고 있다기 보다는 ‘커튼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’을

숨기기 위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(<커튼>). 문은 구분을 통해 의미를 생산하기보다는

오히려 텅빈 구멍에 가깝다. 그러므로 입구는 동시에 출구이며, 입구라고도 출구라고

도 할 수 없다(<입구1>, <입구2>). 세 개의 문은 단순히 다양성을 보여준다기보다는

자기동일성을 갖지 못하는 문의 불가능성을 보여준다(<삼문>).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

이렇듯 자신의 잉여로만 존재한다. 나는 나 이상이거나 나 이하로만 존재할 수 있는

것이다. 장롱 속의 또 다른 작은 문(구멍)은 장롱을 하나의 전체로 존재할 수 없도록

하는 틈이자 장롱을 장롱 이상으로 만드는 잉여이다(<장롱2>). 잉여이자 결핍인 초-

현실은 고유한 장소를 갖지 못해 늘 다른 곳에 있다. 침대 안에 있어야 할 다리와 발

은 침대와 분리되어 그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다(<다리/침대>). 그것들은 침대라는

고유한 장소에 안주하지 못하는 파편적 이미지들로 의미를 갖지 못해 ‘떠도는 기표

들’(floating signifiers)이다.

 

김규원의 작품들은 이렇듯 초-현실을 지시하는 떠도는 기표들로 가득 차 있다. 그

것들은 경계를 넘어 확장되어 가는 공백이자 틀 속에서 틀을 여는 틀-내기를 실천하

고 있다. 초-현실은 이렇듯 현실 속에서 현실을 여는 공백, 현실을 현실 이상으로 만

드는 틈으로 출몰하고 있는 것이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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